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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조차 고구려를 중국역사로 보게 될 날
관람객들, "고구려가 조선족 조상의 나라가 아닌 중국의 나라"
 
조선일보 안용현 특파원 기사입력  2013/06/01 [10:32]

  중국 조선족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면 "중국 사람"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어느 민족이냐고 물으면 "조선 사람"이라고 답한다. 425년간 고구려 수도였던 지린성 지안(集安)에서 만난 조선족 학교 교사 P씨는 "한국과 중국이 축구 경기를 하면 조선족은 누구를 응원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선족 학교에서 공부한 40~50대는 당연히 한국을 응원한다. 그런데 한족 학교를 다닌 20~30대 상당수는 중국을 응원한다. 부모가 한국을 응원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부모보다 중국화(中國化) 교육의 영향이 더 크더라"고 말했다.

  2008년 5월 지린성 옌지(延吉)에서 백두산 관광버스를 탄 적이 있다. 우연하게 중국 관광객 전용 버스였다. 당시 중국인 가이드는 백두산 소개보다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식 명칭)은 원래부터 중국 땅이었다. 여기 조선족은 먹고살기 위해 오래전에 국경을 넘은 사람들일 뿐"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백두산 안내의 초점을 백두산과 한국의 관계를 부정하는 데 맞춘 것이다. 휴게소에서 '근거가 뭐냐'고 물었더니 "정부에서 만든 '가이드 지침'에 나온 내용"이라며 "틀리는 게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학계의 동북공정은 2002년 시작해 2007년 마무리됐다. 2008년이면 동북공정이 학계를 넘어 민간으로 영향력을 넓히던 시기였다.

  중국은 지난 1일 지안에 첫 고구려 박물관을 열었다. 박물관 안내문에서 '고구려는 중원의 지방 정권' '고구려는 중원의 속국' 등 한국을 자극하는 문구는 대부분 뺐다. 그러나 한 중국 관람객은 6개 전시관을 모두 둘러보고 나더니 "고구려가 조선족의 조상 국가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중국의 나라였네"라고 말했다. 고구려 박물관의 '효과'였다. 박물관 가이드는 '고구려와 한반도의 관계'를 묻자 주저 없이 "고구려와 한반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고구려는 중원의 지방 정권"이라고 말했다. 외부 안내문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고 계속 가르치고 있다는 증거였다.

▲ 동북공정을 위해 건립된 집안박물관

  동북공정은 이미 역사 왜곡 단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 중국인의 상식을 바꾸는 단계로 깊숙이 들어선 것이다. 조선족 교사 P씨는 "지금 조선족은 고구려를 조선(한국)의 역사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대로 20년만 지나면 조선족도 고구려를 중국 역사라고 말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동북 3성의 중국인→조선족→주변국 순으로 동북공정에 물들어 갈 것이란 얘기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한반도가 통일을 앞두면 중국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요구할 것이다. 하나는 미군이 압록강까지 올라오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일 한국이 만주 지역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 등을 주장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은 한국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잘 안다. 특히 옛 고구려 땅에는 조선족 200만명이 있다. 한반도 통일 후 고구려 역사와 영토 등에 대한 논의가 단순한 '역사 논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동북공정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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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6/01 [10:32]  최종편집: ⓒ greatc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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