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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적 관점에서 역사학 열어야 (5부)
동북아시아 관점과 지구촌 시대의 역사학 열어야
 
박정진 문화인류학자 기사입력  2015/10/19 [12:49]

4.  유라시아적 관점에서 역사학 열어야   

  민족사관의 계보학

E. H. 카는 역사학을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저술에서 “현재와 과거간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과거라기보다는 실은 기록이고 기억이며, 현재와의 대화라는 것은 실은 역사학자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인식론적 구성 혹은 반성론적 인식일 뿐이다. 역사학도 역사학자가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맥락일 뿐이며, 맥락과 맥락의 연결을 통해 인식론적 해방이나 인식적 지평의 융합과 확대를 꾀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에게도 주체적 사관이 있다. 종래의 ‘민족주의 사관’이 그것이다. 민족주의 사관의 계보는 김교헌, 박은식, 이상룡, 이시영, 신채호, 김승학, 정인보, 그리고 최근에 윤내현, 최재석으로 이어진다.  

만약 한국의 주류사학계가 지금과 같이 흔히 ‘이병도 사학’ ‘조선사편수회 사관’ ‘총독부 사관’으로 명명되는 식민사학으로 이어져간다면, 일본은 다시 한국을 침략할 때(독도를 일본영토로 조작하는 까닭은 재침략의 빌미를 만들어놓는 데에 있다) 다시 역사조작을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의 패배로 한반도에서 물러갔어도 일본제국주의는 식민사학에 그대로 남아있다. 결국 식민사학의 원흉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학자였던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역사학의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라의 진정한 독립, 혹은 정신적인 독립은 달성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식민사학의 논리에 따르면 한국은 처음부터 자주독립국가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독립국가인가? 

 일본은 고대·중세사(조선 초까지)에서 한국으로부터 문화적 시혜를 받은 콤플렉스를 근대에 이르러 근대화·산업화에 먼저 성공한 힘을 바탕으로 반전시키면서, 정한론을 앞세워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제국주의를 경영했는데 이를 정당화한 것이 바로 식민사학이다.

중국도 한국사를 변방국(조공국, 식민지)으로 몰아가기는 마찬가지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중국사의 시작은 주(周)나라이다. 삼황오제를 비롯해서 주나라 이전의 역사는 동이족의 역사이다. 식민사학은 일본보다 중국이 먼저 한 셈이다. 중국사에서 서기 전 3천년 가운데 2천년은 신화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은 역사가 결국 현재의 ‘살아있는 신화’를 계속 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 자신의 현재적 신화를 암암리에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역사는 역사가 아니라 신화라고 매도하거나 사료가 부족한 것처럼 왜곡함으로써 역사적 식민지나 노예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역사와 함께 신화를 잃어버린 한국은 정체성 상실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만이 한국의 전통적 사학, 고대에서부터 면면히 내려오는 주류사관이 없다. 물론 이런 역사왜곡과 수모를 당하는 것도 실은 한국인의 인식능력 즉 반성적 인식의 부족함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결국 역사와 철학에서 스스로의 로직(logic)을 구축하지 못하는 비논리적(non-logical)인 한국인의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스로의 독립된 텍스트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사대식민의 순환론에 빠져든 것이다.

한국에서는 학문도 종교가 된다.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정신이 신이 되는 셈이다. 외국에서 들여온 책은 바로 바이블(경전)이 된다. 외국의 저명학자들은 바로 교주 혹은 선교사가 된다. 식민사학은 식민종교가 되어 오늘날 한국 사학계를 쥐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외래종교의 천지가 된 것과 같은 사회현상이다. 
▲ 단재 신채호 선생의 명언     © 편집부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은 기록과 기억을 기초로 그리고 역사학자의 개인적인 혹은 집단적 사관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엄밀하게 말해서 역사학에서 기록이라는 것도 신빙성이 적다. 그래서 역사학에서 진정한 사실은 없고 또한 어떠한 사실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때로는 정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제 식민사학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역설적으로 식민사학도 하나의 관점의 사학인 것이다.      

  유라시아·동북아시아적 관점의 역사서술

우리는 역사적으로 대륙사관의 정립과 함께 미래 후천세계의 지도국가로 부상하기 위한 세계적인 안목, 즉 유라시아적·동북아시아적 관점에서 역사와 철학을 완성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과 과제를 안고 있다. 역사는 시대정신이라는 맥락과 고금을 소통하는 맥락의 연결이며, 이를 통한 인식의 해방이며 반성적 인식이다.

역사는 가부장-국가제국의 산물이다. 그래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공통조상을 만나겠지만, 역사적 현재에서 ‘내 아버지’ 혹은 ‘내 하나님’을 찾고 그런 역사와 신화를 계속해서 기술하는 집단이나 민족만이 주인이 된다. 그러한 집단이나 민족, 국가만이 역사의 승리자가 되고, 승리하는 담론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고대의 신화를 역사로 풀어내지 못하거나 오늘의 역사를 내일의 신화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민족은 결코 세계사에 남을 수가 없다. ‘나의 아버지’보다는 ‘우리 어머니’를 찾는 한국문화의 여성성이 이런 사대식민지성을 허용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단재 신채호는 ‘아(我)와 피아(彼我)’의 사관을 주창했을 것이다. 역사에는 ‘아(我)’와 ‘아버지(할아버지)’를 찾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국가라는 것이 남성중심의 계통, 아버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단군신화를 잃어버리면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포기하거나 잃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역으로 일본이 아마테라스 오미가미를 잃어버리면 마찬가지로 일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그래서 일본은 신도를 통해 아마테라스 오미가미를 줄곧 섬기고 국조로 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끝없이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인류는 하나(하나의 뿌리)라는 것에 이른다. 그런데도 역사라는 것은 그 도중에 자신의 잠정적 정체성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민족과 국가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을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역사학의 편견이나 민족주의나 국가주의가 아니라, 역사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기술하는 자에게 주인의 자격을 준다. 그것이 바로 역사이다. 역사의 중심과 주인은 생성되는 것이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학의 대 진리를 모르면 결국 어떤 집단이나 민족과 국가도 사대와 식민사관에 빠져나올게 없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역사가 사대와 식민의 올가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문화대국이나 제국을 중심으로 자신의 역사를 서술하는 자아부재와 주체부재 때문이다. 주체라는 것도 백성을 잘 먹고 잘 살게 할 때 부여되는 것이다. 말로만 하는 이데올로기적 주체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한 점에서 북한의 주체는 실패한 주체인 것이다.

인간의 정체성 확인 작업은 특정의 어느 시기, 어느 영역을 거점으로 기술되어야 한다는 표준적인 정답이 없다. 그래서 각 민족이나 국가는 자기 나름대로 기준을 정하고 기술하는 것이고, 대체로 패권과 권력을 잡은 자를 중심으로 기술되기 마련이다. 역사에서 주인이 되려면 자신(자아, 집단자아)의 관점에서 부단히 기술하고 그것에 익숙해지는 체질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게 사대식민체질이 되는 것이다. 

▲ 지구를 들고 있는 국학원의 국조 단군상     © 편집부

지구촌시대의 역사학 열어야

전통적인 중국사는 진시황이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뒤 북방민족의 침략에 대비하여 축성한 만리장성 이남이라는 관점이 유효하다. 또한 한국사의 전개를 동북아시아와 유라시아적인 관점에서 전개함으로써 지구촌이 하나 된 오늘의 시점에서 바라보아도, 한국사를 중국이나 일본 이외의 제 3의 다른 나라에게도 유의미한 것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역사적 안목과 인문정신(휴머니티)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삼국 이전의 고조선과 부여 그리고 발해는 한민족이 이룬 만주(동북지방), 그리고 멀리는 중앙아시아(파미르고원)의 알타이 투르크, 알타이 스키타이로 명명되는 북방민족의 정복과 이주와 연결된 대륙의 역사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렇게 대륙사관을 정립하기만 하면 식민사관에 결박되어 있는 한국사를 회생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한민족의 통일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동아시아의 역사의 흐름과 문명의 이동을 역류시키고 있는 일본의 고대사 조작을 방어하고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바야흐로 지구촌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국가 단위로 국사를 기술하는 한편 서양사나 동양사, 세계사 등을 독자적으로 저술해왔다. 고고학과 인류학의 발달은 세계사를 종래와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주었다. 특히 신화시대의 역사는 비록 신화체로 쓰였지만 인류의 역사로 편입되기에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고고지질학은 인류가 제 4기 뷔름빙하기 이후 빙하의 녹음으로 인해 해수면이 올라감에 따라 낮은 지역에 있던 문명이 바다에 잠기고 높은 고산지대에서 인류가 다시 시작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민족사학자들이 주장하는 단군조선과 이에 앞선 환국(桓國)과 배달국(倍達國)의 역사는 바로 중앙아시아의 파미르고원 일대의 고원지대에서 인류문명이 다시 시작하여 지구 전체에로 퍼졌던 고대사를 기술한 것으로 짐작케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볼 때 단군신화는 물론 우리 민족이 정립한 것이지만,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있었던 신화이며 우리가 종주국으로서 신화를 전래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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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19 [12:49]  최종편집: ⓒ greatc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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